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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hen the plane hit, I was in fact in Hong Kong. I was having dinner with some friends and some business acquaintances. As is the habit of Hong Kong, everyone has a cell phone. The cell phones went off and a message saying the WTC had been hit by an airplane. Second airplane came in.... and then it became clear it was not some small problem... then this huge ball of fire… it was very very very unsettling to everyone. I left the dinner party, I hope someone paid for it... and I went up to my room and got ready to come back to New York.

I can tell you I was just thinking about the people in the building. I mean I just hoped that the buildings would stand I had no way of knowing that they would or would not. And, the people above, obviously they were suffering terribly, the people who elected to take their own destiny in their hands by jumping... I mean it must have been an incredibly awful place above the impact. It's the only thing I could think about then, it's the only thing I can think about today. I mean I could turn it off and start being rational about it, but it's an effort, it's a real effort.

Ground Zero is a very disturbing place for me. I mean, I probably have more emotional attachment to it than maybe any other person now alive. I've been working with the project, at least peripherally, for 40 years. And I cannot escape the people who died there, even if I'm looking down into a pile of rubble, it's still to me somehow up there in the air burning and I cannot make that go away."

비행기가 충돌했을 때, 나는 홍콩에 있었습니다. 나는 친구 몇 명, 그리고 거래처 지인 몇 명과 저녁식사 중이었습니다. 휴대폰에서 세계무역센터(WTC)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두 번째 비행기가 다가왔었고.... 그것은 분명 작은 문제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불덩이... 그것은 우리 모두를 매우 매우 매우 불안하게 했습니다. 나는 저녁 파티장소를 떠나 속소로 올라가서 뉴욕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나는 오로지 건물에 있는 사람들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로지 건물이 버텨서 주기만을 바랬습니다. 당시엔 건물이 서 있을지, 아닐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화재와 매연으로 분명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그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그곳은 분명 지옥처럼 끔찍한 곳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오로지 그 생각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 뿐입니다. 나는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지우고, 그 사고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려고 애써 보지만, 힘듭니다. 정말 힘듭니다.

그라운드 제로(WTC가 붕괴된 곳으로 이 사건을 추모하는 장소)는 저에게 매우 충격적인 ​​장소입니다. 내 말은... 나는 아마도 지금 살아 있는 어떤 다른 사람보다 그 건물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40년 동안 그 주변에서 그 프로젝트(WTC)와 함께 일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 생각납니다. 비록 내가 붕괴된 그 잔해더미를 내려보고 있어도 여전히 공중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로 보입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로버트슨(Leslie Robertson), BBC와의 인터뷰.

 

[ 출처 : Washington Post Website, September 14, 2001 ]

[ 영상출처 : Leaning Out Official Trailer, YouTube, https://youtu.be/WkxoGsPYjlI ]

 

 

World Trade Center (WTC)

 

로버트슨이 구조기술사로서 설계에 참여한 WTC는 1966년에 착공, 1973년에 준공되었습니다.
뉴욕 뉴저지주 항만청에서 발주한 WTC는 지상 110층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으로 유명했고, 각각이 지상에서 417m와 415m 높이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이보다 작은 5개 동이 더 있었습니다. 총공사비는 당시 4억 달러(현재기준 2조 5천억원 이상)였습니다.
건물의 디자인은 미국에서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의 건축 가치가 가장 잘 표현된 건물 중 하나로서, 일본계 2세 미국인 건축사인 미노루 야마카시(Minoru Yamasaki)가 모더니즘 경향의 디자인으로 설계했습니다.

 

[ 영상출처 : CNN flashback to 1973: World Trade Center opens, YouTube, https://youtu.be/8Sec28KvZM8 ]

 

건물이 높을수록 사용인원은 증가하고, 결국 이들이 이용해야 하는 승강기는 더 많이 필요해지기 마련입니다. 승강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사무실 전용면적이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이 문제를 건축사 야마카시는 대용량 고속 승강기로 한 지점에 모이게 한 다음 각 층으로 이동하는 로컬 승강기를 두는, 스카이로비라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이 스카이로비는 44층과 78층에 설치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뉴욕 지하철의 로컬 지하철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하나의 승강기 샤프트 공간에 여러 로컬 승강기를 둘 수 있어서 각층 사용공간을 62~75% 정도 증가시켰습니다.

여기에다 조금 더 넓은 사용공간 확보를 위한 구조적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평면에서 사무공간 중간에 기둥이 없으면 사무실 업무별 특성마다 요구되는 각기 다른 가구배치나 동선계획이 모두 가능하고, 또 향후 업종변경에 따른 공간배치 변경에도 부담이 없어집니다. 단면상 슬래브나 보의 두께를 줄여 Dead Space(천장마감부터 그 위로 슬래브 아랫면까지)를 출일 수만 있다면, 천정고가 높아져 조금더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동일한 전체 높이에서 층수를 증가시켜서 건축주는 더 많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건물의 뼈대를 구성하는 구조로 결정되는 것이고, 이를 설계하는 구조기술사의 창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Framed-Tube System + Joist Truss Slab + Visco-Elastic Damper

 

보다 자유로운 평면을 위해서 골조튜브구조(Framed-Tube Structural System)를 적용하였습니다. 골조튜브구조란 초고층구조설계의 거장인 SOM의 파즐루 칸(Fazlur Rahman Khan)이 1960년대에 초고층구조에서 최적구조시스템을 찾기 위해 컴퓨터 3D해석으로 증명하여 처음 개발한 튜브구조(Tubular System)의 여러 유형 중 하나입니다. 초고층에서는 중력하중보다 바람에 의한 수평횡하중이 더 지배적이므로 전체 골조저항을 수직 캔틸레버로 볼 때 휨거동에 강성저항하는 기둥이나 벽체가 건물 테두리에 배치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입체 역학적 판단과 검증으로 탄생한 것이 투브구조입니다. 공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한 튜브구조는 외부창문 없이 외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창문을 두어야 하는 건물로서는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실성과 타협하여 완전히 밀폐된 외벽을 포기하고 입면에는 최소한의 창문만 두어 외부기둥(골조)을 촘촘하게 배치함으로써 튜브구조를 이루는 것이 골조튜브구조입니다. 이러한 골조튜브구조의 가장 큰 약점은 수평하중에 대하여 수직부재(외부기둥)들 중 일부, 즉 평면 모서리와 그 주변의 기둥들에 전단지연(Shear Lag)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기둥들의 평면상 배치밀도가 균일하지 못하여(즉, 풍방향을 기준으로 중앙면의 기둥 개수보다 양측변 외면에 배치된 기둥 개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횡력에 대한 변형거동에서 코너부는 휨거동 양상, 중앙부는 전단거동 양상을 가지게 되므로 상호간 변형이 불일치하여 코너부 기둥의 전단변형이 지연되기 때문에 결국 코너부 기둥에 축응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을 저감시키는 기법으로 개선된 것들로서 가새튜브구조, 이중튜브구조, 묶음튜브구조 등의 시스템들이 있습니다. WTC는 평면 외부에 1.02m 간격으로 256개의 외부기둥들을 촘촘히 배치하면서 평면 중앙 코어부에는 47개의 큰 박스형 내부기둥들을 배치했습니다. 외부기둥들과 코어기둥들이 이중으로 형성되므로 이중튜브구조(Double Tube System)라고도 합니다. WTC 각층에서는 강재외곽보로 외부기둥들을 촘촘히 엮은 비렌딜 골조(Virendeel Frame) 형식으로 만들어 각층의 전단력이 효과적으로 골고루 전달되도록 묶었습니다. 이 TWC의 골조튜브구조 즉 (Virendeel) Framed (Double) Tube Structural System은 전체적으로 전단지연효과를 크게 감소시켰고 뒤틀림저항능력을 높여 바람이나 지진에 대한 수평하중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여 기초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출처 :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의 붕괴, 한국강구조학회지, 2001년 9월 ]

 

여유있는 천정고를 확보하기 위해서 조이스트 트러스 바닥시스템(Joist Truss Slab)를 적용하였습니다. 이 바닥시스템의 조이스트 트러스는 외부기둥과 내부코어를 연결합니다. 높이 900mm의 조이스트 트러스를 외부기둥 간격에 맞추어 1.02m 간격마다 배치하고 그 위에 거푸집용 메탈데크를 얹고 100mm 두께로 경량콘크리트를 타설하여 슬래브를 형성했습니다. 보를 트러스로 구성함으로써 각종 설비배관들은 트러스 부재들 사이를 지나도록 하여 Dead Space를 최대한으로 없앴습니다. 

 

[ 출처 :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의 붕괴, 한국강구조학회지, 2001년 9월 ]

 

이 조이스트 트러스 바닥시스템에도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초고층구조가 바람을 맞아 흔들릴 때 기둥이 갖는 진동이 이 기둥에 접합되는 조이스트 트러스 바닥시스템에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위에 사용자들이 과도한 바닥진동을 느끼게 된다면 불편과 어지러움, 그리고 불안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심 끝에 로버트슨과 캐나다 구조기술사인 데이븐포트(Alan G. Davenport)는 점탄성감쇠장치(Viscoelastic Damper)를 개발했습니다. 점탄성감쇠장치를 외부기둥과 조이스트 트러스 하현재의 접합부에 설치함으로서 기둥의 진동이 바닥시스템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시켰습니다.

 

[ 출처 :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의 붕괴, 한국강구조학회지, 2001년 9월 ]

 

이 점탄성감쇠장치는 현재에도 크고 작은 여러 구조물들에서, 조이스트 트러스가 아닌 부위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고 효과적인 제진장치로서 꾸준히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Leslie Robertson

 

로버트슨은 1928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고, 1945년 17살 나이로 해군에 입대했으며, 1952년 캘리포니아대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Kaiser Engineering에서 엔지니어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WTC 구조설계는 그에게도 구조기술사를 취득하고 처음 참여하게 되는 초고층 구조설계였고, 당시 그의 나이는 30대였습니다. 이후 US Steel Tower,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Bank of China Tower, Puerta de Europa, Lotte World Tower 외에도 시애틀, 포틀랜드, 베를린 등의 박물관 구조설계에도 참여하였고, 1978년 Le Messurier를 도와 Citicorp Center 긴급 구조보강에도 헌신했습니다.

911테러로 붕괴된 WTC 옆에 2013년 준공된 4 World Trade Center 구조설계에도 참여하였고, 여기에 그의 사무실을 이전하였습니다.

 

[ 왼쪽부터 US Steel Tower,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Bank of China Tower, Puerta de Europa, 출처 : Wikipedia ]

 

TWO TERRORS

 

2001년 9월 11일 이전에도 WTC는 이미 테러범들의 표적이었습니다. 1993년 2월 26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자동차로 폭탄 606kg을 싣고 북쪽 타워 지하2층 주차장에서 터뜨렸습니다. 이 폭발은 그 아래 4개층 콘크리트 바닥에 30m 너비의 큰 구멍을 만들었고, 건물에서 5만명이 대피했지만, 결국 항만청 직원인 임산부를 포함해 6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다쳤습니다. 이 테러범들의 계획은 북쪽 타워를 넘어뜨려서 도미노처럼 남쪽 타워까지 치게 만들어 둘다 붕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하구조에 상당히 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북쪽 타워는 조금도 기울지 않고 건재하게 서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8년 후 WTC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두번째 테러 공격을 당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빈라덴의 지시로 테러범 19명을 5인 3조와 4인 1조로 구성하여 민간항공기 4대를 공중에서 납치했습니다. 각 조마다 비행 훈련을 받는 자가 한 명씩 있었고, 그들은 납치한 비행기를 WTC 북쪽 타워와 남쪽 타워, 그리고 국방부 펜타곤에 충돌시켰습니다. 나머지 한 대는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이나 백악관을 노렸는데,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강렬히 저항하여 펜실베니아주 샹크스빌 근처 들판에 추락했습니다. 가장 먼저 WTC 북쪽 타워에 충돌한 비행기는 승객(승무원과 테러범 포함) 92명이 탑승한 보잉767-223ER기종 American Airlines Flight 11편이었고, 두번째는 20여분 뒤 승객 65명을 태우고 WTC 북쪽 타워에 충돌한 보잉767-333기종 United Airlines Flight 175편이었고, 세번째는 그 후 30여분 뒤 승객 64명을 태우고 펜타곤에 충돌한 보잉757-223기종 American Airlines Flight 77편이었으며, 마지막은 그로부터 20여분 뒤 승객 44명을 태우고 샹크스빌 근처 들판에 추락한 비행기는 보잉757-222기종 United Airlines Flight 93편이었습니다.

이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서 납치된 비행기 4대에 탑승한 승객 및 승무원 전원인 265명을 포함해서 모두 2,996명이 사망했습니다. WTC와 그 주변에서만 2,606명이 사망했고, 그 사망자의 대부분은 민간인이었으며, 충돌 직후 붕괴되기 전까지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에 진입했던 소방관 343명과 경찰관 72명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WTC를 관리하는 항만청은 그날 첫번째 비행기 충돌직전인 오전 8시 45분까지 그 건물들에 입장한 사람은 14,154명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비행기가 충돌한 층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안전하게 건물에서 철수했고, 그 건물에서 사망한 근로자와 방문객의 90% 이상이 비행기가 충돌지점 이상에 위에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공격당한 북쪽 타워에서는 충돌지점 윗층들에서 피난계단 3개가 모두 파괴되어 갇힌 1,355명이, 충돌지점 아랫층들에서는 107명이 사망했습니다. 북쪽 타워가 충돌하고 그 주변 건물들에 있던 사람들도 밖으로 대피했는데, 그래도 두번째로 공격을 당한 남쪽 타워에서는 630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대피경로를 잃은 최소 200명 이상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망했습니다. 충돌지점 윗층들에 있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옥상으로 올라가 헬리콥터로 구조받기를 희망했지만, 옥상 피난문이 잠겨 갇힌 상태에서 사망했습니다. 충돌지점 아랫층들에서 사망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화재진압과 구조를 하려고 건물에 들어간 소방관과 경찰관들이었습니다. 공격받은 몇 주후 실종자를 포함하여 추산된 사망자 수는 6,000명 이상이었습니다.

 

[ 영상출처 : 102 Minutes - The Attack on WTC, Part 1,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QMAFvKJvwMc ]

 

STRUCTURAL ENGINEER

 

아래 글은 911 테러로 WTC가 붕괴된 그 해 11월 11일 로버트슨을 인터뷰한 씨브룩(John Seabrook)이 The New Yorker에 'Why did the World Trade Center buildings fall down when they did?'라는 부제로 기재한 글의 일부입니다.

 

구조기술사는 건물이 제대로 설 수 있게 만들지만, 사람들은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그들이 하는 일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건물 거주자의 안전은 구조에 달려 있지만 사람들은 오직 건물의 아름다움과 가구들 그리고 전망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결과에 대한 모든 공을 기술사가 아닌 건축사에게 돌립니다. 현대식 고층건물의 거주자 중에도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이 어디에 배치되고 어떻게 지지되는지 또는 건물이 프레임구조인지 튜브구조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천장마감 위에 바닥이 기둥이나 벽체에 어떻게 지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숨겨진 그 모든 일과 그 결정은 구조기술사가 합니다.

고층건물의 구조를 설계하는 구조기술사들의 그 천재성에 뒤따르는 것은 그들의 익명성 뿐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고층건물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는 이유 중에는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보이는 것, 즉 그냥 높기 만한게 아니라, 튼튼하게 보이면서 높기 때문입니다.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이후, 구조기술사와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미국 전역의 공과대학에서는 "파괴 원인과 결과의 매커니즘"에 대해서 토론하는 공개포럼이 열리고 있습니다. 미국 구조기술사회(ASCE)와 미연방재난관리국(FEMA)은 쌍둥이 빌딩의 구조에서 어떤 부분이 먼저 파괴되었는지, 비행기의 충격과 폭발 그리고 화재 영향에 대해 규명하고자 24명의 기술사들로 구성된 팀에 자금을 지원하였습니다. 미연방재난관리국의 세계무역센터 조사 총책임자는 1995년 폭탄테러로 붕괴된 오클라호마시 9층짜리 마라빌딩(Murrah Building)의 조사를 이끌었던 구조기술사인 콜리(Gene Corley) 박사입니다. 그는 "참사 현장을 점검하는 것 외에도 붕괴 당시 사진과 영상을 검토하고 파편을 조사하고 소방관, 경찰관, 생존자, 그리고 다른 목격자들의 정보를 활용하여 각 구조물이 파괴되는 순간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그 붕괴 원인은 굳이 구조기술사가 당신에게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붕괴 원인은 각각 1만 갤런 이상의 제트연료를 싣고 시속 수백 마일로 날으는 보잉 767기 2대입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붕괴의 원인이었던 폭탄은 제트연료로 환산하면 51갤런에 불과합니다. 이 보잉 767기 2대가 오전 8시 46분과 오전 9시 3분에 각각 북쪽 타워와 남쪽 타워에 충돌했고, 오전 9시 59분에 남쪽 타워가, 오전 10시 28분에 북쪽 타워가 붕괴했습니다. 각 건물의 붕괴를 촉발한 사건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두 건물의 붕괴 순서가 같은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상당한 논쟁이 있습니다. 바닥과 기둥의 연결부가 먼저 파괴 되었다던가, 아니면 충격 후에도 남아 있던 외부기둥이나 코어기둥가 화재의 열로 인해 힘을 잃었다면 외부기둥이나 코어기둥 중에 무엇이 먼저 파괴되었는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구조기술사이고 미연방재난관리국 조사 참여자인 론 햄버그(Ron Hamburger)에게 위 두가지 붕괴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맞는지 그 견해를 물었을 때, 그는 앞으로 건물에 대한 비행기 충돌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번 재앙을 통해 앞으로 많은 현대 고층건물들의 설계에 있어서의 잠재적인 약점들, 즉 고층건물 설계자들이 이러한 약점들을 모두 설계에 고려하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리처드슨은 당시 파트너인 존 스킬링(John Skilling)과 함께 쌍둥이빌딩 구조설계를 담당한 구조기술사입니다. 그는 9월 11일 이후 대중의 눈에 크게 띄지 않았었고, 사고 전에 참석이 예약된 10월 5일 미국 구조기술사협회 전국회의에 나타난 것이 그의 유일한 대외 활동이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청중에 있던 어떤 구조기술사가 리처드슨에게 "건물 디자인에서 다르게 했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리처드슨은 강연대 앞에서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뉴욕의 구조기술사이자 프린스턴대학의 교수인 노던슨(Guy Nordenson)은 다른 많은 구조기술사들과 마찬가지로 로버트슨을 매우 존경하는 사람으로 최근에 그에게서 받은 이메일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던슨이 The Times에 기고한 '(쌍둥이 건물과 그 주변 일대에 있었던) 2만 5천명이 대피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 결과적으로 그 어마어마한 충격과 화염에도 그 건물들이 그나마 오래(북쪽 타워는 충돌 후 1시간 40여분을, 남쪽 타워는 56분을) 버티게 구조설계된 것에 대한 찬사'에 대해서 자신의 심정을 담아 보내온 이메일입니다. 

 

"Your words do much to abate the fire that writhes inside 
It is hard 
But that I had done a bit more . . . 
Had the towers stood up for just one minute longer . . . 
It is hard."

당신의 글은 내게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힘듭니다.

나는 그 타워들이 단지 1분만이라도 더 버텨 서있게 좀더 많은 것을 했었어야 했습니다...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여전히 힘듭니다.

 

10월 말 눈부시게 맑은 가을 아침, 그라운드 제로에서 몇 블록 떨어진 48층 건물 꼭대기 2개층에 있는 로버트슨의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로버트슨을 기다리던 회의실 창문에서는 한때 서 있던 남쪽 타워의 잔해가 선명하게 내려다 보였습니다. 잔해 구덩이에서는 여전히 불이 타고 있었고, 금속이 탈 때 나는 매캐한 냄새와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그 방에서도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로버트슨의 부인(구조기술사 SawTeen See)을 포함한 60명의 직원들 중 상당수는 그 사고때에 이 창문 옆에 서서 두 번째 비행기가 남쪽 타워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로버트슨의 부인은 그 충돌의 순간에 눈을 감았고, 불덩어리가 반대편에서 나오는 순간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구조기술사들은 건축사들이 구조나 경제적 관점에서 고층건물을 세우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합니다. 발주자의 예산범위에 드는 입찰에 참여하는 잠재적인 계약자인 건축사는 그가 허용하는 방향으로 건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과 씨름하고 해결해야 하는 몫을 구조기술사들에게 넘깁니다.

로버트슨은 방에 들어서자 걸어가서 창밖으로 그의 건물들이 있던 자리에 연기가 나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나는 그가 약간 떨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거의 1분 동안 창가에 머물렀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에 억지로 맞서는 분위기로 마치 '그래, 이것이 현실이야, 나도 알아.'라고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 그는 “세계무역센터는 팀워크였는데, 무너진 것은 내 책임이고, 그게 내 생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은 비행기가 충돌할 때를 대비해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건물을 구조설계했습니다.

"저는 좀 꼼꼼한 편이어서 이 건물에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상황들을 모두 나열하고 설계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1945년 안개속에서 길을 잃은 B-25폭격기가 엠파이어스테이크빌딩을 강타한 사건(800갤런을 실은 B-25폭격기가 78층과 79층에 충돌하여 14명이 사망했고 화재는 35분만에 진화)도 고려했습니다. WTC를 설계할 당시에는 최첨단의 가장 큰 여객기는 보잉707이었고, 발주처인 항만청은 이 비행기의 충돌효과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에 협조적이었습니다. 다음단계는 연료부하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그것까지 최종 설계에 반영되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화재에 대한 피해까지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소방시스템을 결정하는 권한은 구조기술사에게 없습니다."

9월 11일, 각 건물은 보잉707보다 거의 20% 더 무거운 보잉767의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범위는 94층에서 99층까지 였으며, 남쪽 타워는 78층에서 84층까지 였습니다. 만약 건물들이 출돌과 폭발 즉시 무너졌다면 지금의 생존자들은 거의 모두 죽었을 것이고, 타워들 주변 건물들과 거리들에서도 광범위한 손실이 있었을 것입니다. 테러범들이 그 타워들의 서로 반대면을 공격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은 그들이 그 건물들을 무너뜨리려고 작정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그 비행기들 중에 하나가 튜브구조가 아닌 프레임구조를 가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오래된 고층 빌딩에 부딪혔다면, 전체 재앙은 더 크거나(건물이 즉시 넘어지거나) 아니면 더 작았을(건물의 콘크리트가 화재에 더 오래 견디는 것)까요? 이것은 미연방재난관리국 조사관에게도 이건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입니다.

코어 기둥들은 거대한 중력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거대했지만, 그 압축좌굴 저항강도는 그 기둥들에 횡지지되는 각 층의 바닥판에 의해 결정됩니다. 충돌부위에서 외부 기둥들이 파괴되면서 코어 기둥들은 이미 부담하중이 크게 증가했는데, 여기에 제트 연료로 인한 격렬한 화재로 바닥판들이 무너지기 시작(기둥들의 횡지지 부재들이 소실)하면서 코어 기둥들의 (비횡지지되는) 길이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1인치 길이의 빨대는 손가락으로 꽤 세게 눌러야 구부러지지만, 7인치 길이의 빨대는 작은 힘으로도 훨씬 쉽게 구부러집니다. 똑같은 원리가 그 타워들의 코어 기둥들에서도 작용됩니다. 코어 기둥들이 좌굴되자마자 충돌부위 층들의 전체 무게가 착암기처럼 그 아래 층의 바닥판 위를 때리며 내려 앉았고, 팬케이크처럼 바닥판들이 점차 더 층층이 쌓이과 동시에 기둥들이 더 좌굴되는 연쇄반응이 시작되면서 15초만에 전체 구조물은 붕괴되었습니다. 이는 타워 꼭대기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땅에 닿는데에 걸리는 시간과 같았습니다. MIT대학 구조공학 교수인 카우젤(Eduardo Kausel)은 "붕괴가 시작되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유낙하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카우젤은 테러범들이 타워를 넘어뜨리려고 한게 아니라, 그 내부에서 파괴를 촉발하여 타워를 붕괴시키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건물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어디에 부딪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공학 석사학위자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더 높은 곳을 치면 충돌지점 위의 무게가 전체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지 않고, 더 낮은 곳을 치면 코너 기둥들이 더 두껍기 때문에 더 강하게 벼텼을 것입니다." 

물론 코어 기둥들이 비행기 충돌로 직접적으로 손상되었거나 화재로 약해졌을 수도 있고, 바닥이 무너져 (횡지지부재 소실로) 압축횡좌굴강도가 부족해진 것이 아니라 구조부재 그 자체가 직접 파괴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재난의 규모에 견주어 보면 이렇게 붕괴 원인을 따지는 것이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이 현대의 고층건물들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얼마나 안전한지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에는 중요한 것이 됩니다.

 

 

BLAME

 

미연방재난관리국은 조사결과 로버트슨이 수천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회사는 재건된 4 World Trade Center에 구조기술사로서 참여하도록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9/11의 트라우마로 그 프로젝트에 총괄자로서 참여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합니다.

그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로버트슨은 후배들에게 건축가가 두려움을 가지고 건물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건물은 공격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곳에 사는 동안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 사건들만을 염려해서 설계를 한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하고 끔찍한 건물이 될 뿐입니다."

"우리는 가장먼저 사람들의 삶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로버트슨은 2021년 2월 11일 혈액암으로 92세에 별세하였습니다.

 

[ 영상출처 : TALL BUILDINGS LECTURES: Leslie Robertson, YouTube, https://youtu.be/Gks9I2_XG_4 ]

 

두려움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물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건물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초고층구조물의 전단지연효과(Shear Lag Effect)


 1. 개요(정의) : 횡력을 받는 튜브구조(특히 골조튜브구조) 평면에서 중앙부에 비해 코너부의 전단변형이 지연되는 현상
 2. 내용
    1) 원인 : 횡력저항부재인 기둥들의 배치밀도가 불균일(코너>중앙)하여 중앙부 기둥들의 전단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
    2) 문제점
        (1) 횡력에 대한 변형거동에서 코너부는 횜거동, 중앙부는 전단거동 양상을 가지며,
            상호 변형불일치로 저항강도가 감소
        (2) 거동 변형불균형 양상에 따라 코너부 기둥에 작용하는 축응력이 과도하게 집중(즉 소요압축강도가 증가)
             

    3) 대책
        (1) 구조물 상성을 높임
            ① 기둥 간격을 촘촘히 배치
            ② 보와 기둥 크기를 확대
        (2) 전단력 전달경로를 더 많이 확보하여 전단지연현상을 완화
            ① 가새튜브구조
            ② 이중튜브구조
            ③ 묶음튜브구조
 3. 고찰
    구조물 설계시 전단지연효과를 고려하는 3가지 경우가 있음.
    ① 초고층구조물 튜브구조형식에서 코너부 기둥에 과도한 축하중이 집중적으로 작용하는 원인.
    ② 철근콘크리트 T형보 단면에서 복부에 가까울수록 높은 압축응력분포가 생기는 원인이고,
        실제 비선형적 압축응력분포를 등가의 압축응력분포로 대체하여 유효폭(be) 산정시 실무적 편이성을 도모함.
    ③ 강구조 L형강 등의 인장재에서 접합부 전단응력 영향으로 전단면에 걸쳐 인장응력이 분균등하게 분포하는 원인이고,
        실제 비선형적 인장응력분포를 고려한 전단지역계수(U)로 유효순단면적(Ae) 산정시 실무적 편이성을 도모함.

  


 이 글은 코어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에 인용된 자료 :  「The Man who built the Twin Towers」, in Horizon, BBC Homepage, October 29, 2014

                              「THE FIFTY-NINE-STORY CRISIS」, by Joe Morgenstern, The New Yorker, May 29, 1995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의 붕괴」, 전봉수 건축구조기술사, 한국강구조학회지, 2001년 9월

                              「World Trade Center (1973–2001)」, Wikipedia

                              「Leslie E. Robertson」, Wikipedia

                              「1993 World Trade Center bombing」, Wikipedia

                              「September 11 attacks」, Wikipedia

                              「THE TOWER BUILDER」, by John Seabrook, The New Yorker, November 11, 2001

                              「'I thought I was really through, through, through'..」, by Ariel Zilber, DailyMail.com, October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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