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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을 때

땅에 따라서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활여건이나 투자가치를 좌우하는 입지조건을 제외하고

순전히 구조적 관점에서만 살펴볼께요.

 

집을 짓기 위해선 땅이 필요하죠.

목적이 거주형이냐 사업형이냐에 따라 이에 적당한 가격으로 나온 땅을 알아보는데, 

대부분 주변환경에 대한 고려만 합니다.

 

그런데 맘에 드는 땅을 적당한 시세에 구입했다고 생각하고,

건물을 짓기 위해서 설계와 시공을 할 때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기초 때문입니다.

 

건물을 지을 생각이라면 당연히 큰 돈이 들 것은 각오했고,

골조를 어떻게 하고 마감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공사비도 달라지는 것도 알고 있죠.

그런데,

설계단계에서 지반조사를 통해서 땅이 지나치게 무르다고 확인되면

기초에 드는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땅이 표면 뿐만아니라 그 지하까지 적당히 단단하면 통상 지내력기초로 설계됩니다.

지내력기초에는 독립기초, 줄기초, 온통기초가 있는데요.

지내력기초는 기초판이 지하나 지면의 땅에 그대로 놓여지는 형식이고,

역학적 의미는 기둥이나 벽체를 통해 위에서 전달받는 건물하중을 아래로 땅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부재입니다.

하중과 그 땅의 고유한 허용지내력을 감안해서 기초판 면적을 계산함으로써 건물이 침하되지 않게 하고,

하중과 기초판 크기에 따라 안전한 기초 두께를 계산함으로써 기초판에 뚫림전단균열이나 휨균열이 없도록 하며,

하중과 기초판 크기와 두께에 따라 철근량을 계산함으로써 기초판이 휘어지는 것에 안전하게 견디도록 합니다.

 

그런데 땅이 약하면, 즉 지나치게 물러서 지내력기초로는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약한 땅을 전문적으로 표현한다면 "연약지층이 존재하는 지반"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지반을 개량하거나 말뚝기초로 기초형식을 변경해야 합니다.

지반개량은 약한 지층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으로 매립토나 약한 퇴적층을 걷어내고 모래나 자갈등으로 치환하여 단단하게 다지는 것으로 연약지층이 얕으면 이 방법이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연약지층이 얕지 않으면 그나마 경제적으로 유리한 말뚝기초로 합니다.  

말뚝기초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재료와 공법마다 종류가 많지만, 역학적으로 구분한다면,

연약지층이 심하게 깊지 않을 때는 선단(말뚝 아래 끝)이 암반에 지지되도록 하는 방식과,

연약지층이 심하게 깊을 때는 주면(말뚝 테두리면)에 토사와의 마찰력으로 지지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나눕니다.

주변건물에 진동피해가 없고 공사기간에 여유가 없을 때에 일반적으로 고강도콘크리트파일(PHC)을 타격하여 선단지지 되도록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말뚝기초를 한다고 해서 기초판이 생략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판 크기나 두께는 조정되지만, 상부의 기둥이나 벽체에서 전달받는 하중을 하부에 말뚝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결국 땅이 약하면 말뚝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건물 규모가 커서 전달해야하는 하중이 크다면 그만큼 더 많은 말뚝이 필요하죠.

 

연약지반의 기준은 지층이 점성토인 경우와 사짙토인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지반조사시 표준관입시험(SPT) 결과 N치에 따라 판정되는데요.

N치는 지반 지층시료를 확인하기 위해 구멍을 뚫으면서 1m나 1.5m 간격마다 일정한 무게(63.5kg)의 추를 낙하시켜 30cm 다져질 때까지 떨어뜨리는 횟수입니다.

점성토는 그 지층두께가 10m미만이면 N치가 4이하, 10m이상이면 N치가 6이하일 때 연약지반이라 판정하고,

사질토는 지층두께와 상관없이 N치 10이하이면 연약지반이라고 판정합니다.

이 연약지반이 깊게까지 분포되어 있으면 신뢰도가 높아서 말뚝기초로 설계합니다.

그러나 표층 일부에만 국한된 경우에는 수세식 회전보링이라는 조사작업 특성상 N치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보고 일단은 지내력기초로 비용이 크게 들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합니다. 대신에 허용지내력을 제시하고, 착공시 평판재하시험을 하도록하여 시험결과가 허용지내력보다 크면 지내력기초가 유효한 것이고, 부족하다면 약한 층두께를 치환 및 다짐하거나 말뚝기초로 변경해야 합니다.

 

단단한 땅이면 말뚝기초를 하지 않아도 되니 돈버는 것이고, 약한 땅이면 생각 못했던 기초공사비가 증가하니 그만큼 손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그런 땅을 어떻게 알아볼까요?

주변에 짓고자하는 규모와 비슷한 건물이 있다면 거기에 말뚝기초로 시공되었는지 건축주나 건축사에게 알아보시면 좋습니다.

택지개발된 땅이면 그 부지가 산이나 구릉을 깍은 절토지인지, 흙을 쌓은 성토지인지 토지분양사무소에 알아보시면 좋습니다. 절토지는 단단한 땅일 가능성이 높고, 성토지는 연약지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토지반정보 통합DB센터(www.geoinfo.or.kr)에서 땅 주변 건설시추정보를 회원가입 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데, 부지와 근거리에 자료가 조회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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