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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stein in structural engineering and Bangladeshi

 

전단벽-골조 상호작용 시스템은 누가 고안했을까요?

프레임 튜브 시스템은 누가 고안했을까요?

묶음 튜브 시스템은 누가 고안했을까요?

튜브 인 튜브 시스템은 누가 고안했을까요?

대각가새 튜브 시스템은 누가 고안했을까요?

수퍼프레임 시스템은 누가 고안했을까요?

강구조-콘크리트 혼합구조는 누가 고안했을까요?

파즐루 칸(Fazlur Rahman Khan)입니다.

 

파즐루 칸은 1924년 4월 3일 영국령 인도 벵골지역 다카(현재 방글라데시 수도)의 반다리칸디에서 태어났습니다. 벵골공대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다카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1952년 장학금을 받아 미국으로 여행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석사과정 3년간 구조공학 석사학위와 이론·응용역학 석사학위 2개를 받았고, 이후 구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55년 SOM(Skidmore, Owings & Merrill)에 취업되었고, 1966년 SOM의 임원이 되었습니다. 1967년 미국 시민이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그는 방글라데시인이었습니다.

에게는 항상 따라 붙는 별칭이 있습니다. "구조공학의 아인슈타인" 그리고 "20세기 가장 위대한 구조기술사"입니다. 그는 기존의 틀에 얽메이지 않고 새로운 초고층건물을 위한 구조시스템을 창조했습니다. 그는 이전까지 기본이었던 프레임(골조)구조가 유일한 시스템이 아님을 증명했고, 다양한 구조기법을 창조하여 초고층건물 구조설계의 새시대를 연 기술적 혁명가였습니다. 그는 초고층 건물을 위하여 여러가지 튜브구조시스템(골조튜브구조, 가새튜브구조, 묶음튜브구조)들을 개발하였고, 아웃리거와 벨트트러스 구조시스템도 개발하였으며, 중층건물을 위하여 전단벽-골조 상호작용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1931년에 준공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 443m)을 제외하고 그 이후에 전세계 곳곳에서 지어진 모든 초고층건물들은 그가 창조한 구조시스템을 따릅니다. 

 

 

Cities in the sky

 

1960년대 이후 지어지는 초고층건물들의 구조설계는 모두 그의 창의적인 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기존 구조시스템보다 더 강하고, 더 가볍고, 자유로운 형태를 갖게 되었습니다. SOM 임원인 사르키샨(Mark Sarkisian)은 사람들이 "하늘의 도시"에서 살고 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도시환경을 변화시켰다고 파즐루 칸을 평가했습니다.

 

 

Framed-Tube System

 

공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한 튜브구조는 외부창문 없이 외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건물로서 수용되기 힘듭니다. 따라서 완전히 밀폐된 외벽을 포기하고 외부로 최소한의 창문만 두어 촘촘하게 형성되는 외부기둥(골조)가 대신하여 튜브구조를 이루는 것이 골조튜브구조입니다. 완벽한 골조튜브구조는 전단지연(Shear Lag)현상이라는 약점이 있는데, 중앙부에 강성이 큰 코어기둥들이 이중으로 형성되면 이 약점은 크게 감소됩니다. 이를 이중튜브구조(Double Tube System)라고도 합니다. 이중튜브구조는 외곽부와 코어부 사이 내부기둥들을 없애서 넓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합니다.

이 구조시스템이 최초 적용된 건물은 파즐루 칸이 구조설계한 DeWitt-Chestnut Apartments입니다.

이 구조시스템 기법은 로버트슨이 구조설계한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에도 적용되었습니다.

 

[DeWitt-Chestnut Apt., 시카고, 1963년 준공, 43층(120m), 사진출처 : Google Earth]

 

 

Trussed Tube and X-Bracing

 

가새튜브구조는 대각가새구조하고도 하고, 바람이나 지진하중 등 수평하중을 가새(X-Bracing)가 크게 저항하면서 외부 기둥들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외부기둥 소요를 더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건물 외부에 몇 개 층씩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대각가새는 곳곳에서 창을 가로막긴 하지만 Framed Tube System보다 외부기둥 간격을 더 넓게 배치할 수 있어서 거주자의 일조와 조망을 더 크게 확보시켜 주고, 횡하중 뿐만 아니라 중력하중 전달에도 기여하여 하중을 각 프레임의 외부기둥으로 분배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전단지연 효과를 극소화시키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조시스템을 적용한 건물들은 입면상에서 외부기둥들로 구성된 튜브를 여러층에 걸쳐 대각선으로 질주하는 가새와 중첩되는 것처럼 보여지므로 Trussed Tube라는 별칭을 갖는데, 대부분 이 가새를 외부에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드러내어 표현시키므로 '구조표현주의'의 대명사로도 여겨집니다. 이후 르메죠도 Citicorp Center를 구조설계하면서 이와 같이 가새를 노출시키고 싶어 했지만 건축사의 뜻대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숨기기로 하여 크게 아쉬워 했습니다.(사실 그 덕분에 구조적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가새접합부 보강용접공사를 실내에서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 구조시스템이 최초 적용된 건물은 파즐루 칸이 구조설계한 John Hancock Center입니다.

이 구조시스템 기법은 르메죠가 구조설계한 Citicorp Center 뿐만아니라, Bank of China Tower 및 기타 많은 초고층 건물에서 적용되었습니다.

 

[John Hancock Center, 시카고, 1969년 준공, 100층(457m), 사진출처 : Google Earth]

 

 

Bundle Tube

 

묶음튜브구조는 평면과 입면상에서 여러개의 튜브시스템이 묶음다발처럼 구성되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이때부터 초고층건물은 커다랗고 단순한 박스형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형상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구조시스템이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파즐루 칸과 그의 영원한 동료인 그레이험(Bruce Graham)이 구조설계한 Sears Tower(2009년에 Willis그룹이 인수하여 현재 명칭은 Willis Tower)로서, 9개의 튜브구조가 묶음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이 건물이 준공된 1973년에 당시 세계 최고높이 초고층건물이었던 세계무역센터(WTC)를 제쳤고,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삼성물산과 극동건설이 시공에 참여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준공되는 1998년까지 25년간 세계 최고높이의 초고층건물이었습니다.

 

[Sears Tower, 시카고, 1973년 준공, 108층(527m), 사진출처 : Google Earth]

 

 

Concrete Tube

 

그가 마지막으로 구조설계한 Onterie Center와 One Magnificent Mile은 각각 Trussed Tube 및 Bundle Tube 구조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주로 철골로 지어진 건물들과 달리 그의 마지막 두 건물은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했습니다. 1963년 시카고에 지어진 그의 초기 DeWitt-Chestnut Apartments도 이중튜브(액자튜브)구조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Onterie Center, 시카고, 1986년 준공, 60층(170m), 사진출처 : Google Earth]
[One Magnificent Mile, 시카고, 1983년 준공, 57층(205m), 사진출처 : Google Earth]

 

 

Outrigger and Belt-Truss

 

아웃리거는 내부코어와 외부기둥을 강하게 연결하는 부재이며,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아웃리거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초고층 건물을 사람이 서 있는 것으로 비유하면,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큰 힘으로 밀치면 넘어지거나 크게 휘청거리겠지만, 땅에 박혀 고정된 지팡이를 양손으로 단단히 붙들고 서있게 된다면 아주 큰 힘으로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서있을 수 있는 것처럼, 초고층건물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부코어를 사람, 외부기둥을 지팡이, 아웃리거를 팔이라고 한다면 지진이나 태풍으로 발생하는 큰 수평하중에도 건물은 버티고 또 그 흔들림도 적을 것입니다. 초고층건물에서 아웃리거는 사람으로 치면 지팡이를 잡아 뻗은 팔이 튼튼해야하는 것처럼 강성이 상당히 큰 콘크리트 전단벽체나 트러스부재로 구성하고, 수평하중이 작용하면 아웃리거구조시스템에서 외부기둥에 축하중(인장 또는 압축)으로 작용하여 내부코어의 휨거동에 따른 부담을 상당히 분담하는 역할을 합니다.

벨트트러스는 외부기둥들을 허리띠로 묶는 것처럼 특정 층에서 트러스로 돌려 감싼 것입니다. 아웃리거가 지지되는 외부기둥 뿐만아니라 외부의 모든 기둥들을 수평거동 흔들림에 저항하도록 참여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수평흔들림에 더 많은 외부기둥들을 참여시켜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거동하게 하며, 아웃리거가 지지되는 외부기둥에만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축하중을 주변 외부기둥들이 함께 골고루 나누어 갖도록 해줍니다.

 

 

이 구조시스템이 최초 적용된 건물은 파줄루 칸이 구조설계한 BHP House입니다.

 

[BHP House, 호주 멜버른, 1972년 준공, 41층(152m), 사진출처 : Google Earth]

 

이러한 아웃리거 및 벨트트러스 구조시스템은 수많은 초고층건물에 채택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대표적인 초고층건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도 이를 구조설계한 리처드슨(Leslie Robertson)과 그의 아내 쏘우틴(SawTeen See)은 아웃리거 및 벨트트러스 구조시스템을 적용하였습니다.

 

[ 영상출처 : CTBUH 2011 Seoul Conference, YouTube, https://youtu.be/pWQLoUH4RUs]

 

 

Shear wall and Frame Interaction System

 

전단벽-골조 상호작용 시스템도 파즐루 칸이 중층규모의 건물을 위해 개발하였습니다. 전단벽과 골조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각 강성에 비례하여 지진력을 저항하도록 설계되는 조합구조시스템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높이 60m이하인 중저층건물에서 이 지진력저항시스템으로 설계되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높은 반응수정계수(R=4.5)를 적용할 수 있어 다소 경제적인 구조설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단벽의 전단강도가 각 층에서 최소한 설계층전단력의 75% 이상이어야 하고 골조는 각 층에서 최소한 설계층전단력의 25%를 저항하여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이 구조시스템이 최초 적용된 건물은 역시 파즐루 칸이 구조설계한 Brunswick Building입니다.

 

[Brunswick Building, 시카고, 1965년 준공, 35층(145m), 사진출처 : Google Earth]

 

 

Bamboo

 

그가 태어나고 자란 방글라데시 다카에는 3층 이상 건물이 없었습니다. 21살 때까지 고층건물을 본 적도 없는 그가 어떻게 세계적인 초고층건물들을 구조설계하고 튜브구조와 같은 혁신적인 구조시스템들을 창조할 수 있었을까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흔했던 대나무처럼 속이 빈 튜브구조를 초고층건물에 적용하여 건물을 더 유연하면서도 강하게 만들었고, 내부기둥들을 상당히 없애서 가볍고 경제적으로 만들었으며, 내부공간을 넓고 쾌적하게 만들었습니다.

 

 

Structural Empathy

 

“I put myself in the place of a whole building, feeling every part. In my mind I visualize the stresses and twisting a building undergoes.

제 자신을 건물이라 생각하고 그 건물 전체에 이입해 모든 부분 구석구석을 느껴봅니다. 마음속으로 건물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들과 비틀림을 그려봅니다. - 파즐루 칸이 Engineering News-Record와의 인터뷰에서.

 

일리노이대학교 석박사과정에서 전설적인 구조기술사인 하디 크로스(Hardy Cross)는 파즐루 칸에게 건물을 그냥 콘크리트가 아닌 살아있는 것으로 보도록 가르쳤습니다. 크로스의 "구조물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는 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조롱했지만, 파즐루 칸은 그 조언을 항상 마음에 새겼다고 그의 딸 야스민 칸(Yasmin Khan)은 그녀의 책 Engineering Architecture에서 회고합니다.

 

[ 영상출처 : Architect Fazlur Rahman Khan Biography, YouTube, https://youtu.be/oWMj245O9BE]

 

 

His native country

 

그가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던 1971년, 그가 태어나고 자란 벵갈지역 동파키스탄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분리하여 방글라데시로 독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은 1971년 3월부터 12월까지 이어졌고, 이 전쟁기간 약 3백만의 벵갈인들이 학살되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Engineering News-Record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방글라데시에 대해 매우 비통함을 느낍니다.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과 고통은 저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SOM 임원으로서도 바빴지만, 조국의 독립을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습니다. 그의 사무소 SOM 내에 방글라데시긴급복지단체(Bangladesh Emergency Welfare Appeal, BEWA)와 방글라데시방위연맹(Bangladesh Defense League, BDL)을 두고, 그의 집에서 여러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BEWA을 통해 모금활동을 벌여 조국에 독립자금을 지원했고, BDL을 통해 조국의 방위군을 지원하고 미국정부에 로비하여 서파키스탄 지원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는 이 두 그룹의 초대회장을 역임했습니다.

 

 

 

Appreciate life than technology

 

“The technical man must not be lost in his own technology. He must be able to appreciate life, and life is art, drama, music, and most importantly, people.”

기술자는 자신의 기술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됩니다. 삶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삶은 예술이고, 드라마이고, 음악이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 파즐루 칸

 

파즐루 칸은 1982년 3월 2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장마비로 향년 52세에 별세했습니다.

미국콘크리트학회ACI, 미국건축가협회AIA 및 기타 다수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고, 1998년 시카고시는 Sears Tower 기슭에 있는 도로를 "Fazlur R. Khan Way"라고 명명하여 그를 기렸고, 2009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무슬림 시민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구조기술사인 그를 소개하였으며, 2017년 4월 4일 구글은 그의 88회 생일을 맞아 Google 로고로 그를 기념했습니다.

그는 SOM의 얼굴이고, 초고층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심장이며, 구조기술사들의 미래입니다.

 

[ 영상출처 : Architect Fazlur Rahman Khan Biography, YouTube, https://youtu.be/9vYGfAFSBtc ]

 


이 글은 코어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에 인용된 자료 :  「Fazlur Rahman Khan」, Wikipedia
                              「Fazlur Rahman Khan: Why is this skyscraper architect so important?」, INDEPENDENT, April 03, 2017
                              「Muslim engineer cited by Obama has enduring legacy at Lehigh」, Lehigh University News, June 14, 2009
                              「Fazlur Rahman Khan: 5 Fast Facts You Need to Know」, by Daniel S. Levine, Heavy, April 11, 2017
                              「The Man Who Saved the Skyscraper」, by Parul Dubey, Informed Infrastructure, August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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